이 민족은 또다시 독재정권의 쇠사슬에 매이게 되었다. 삼권분립은 허울만 남고 말았다. 국가안보라는 구실 아래 신앙과 양심의 자유는 날로 위축되어 가고, 언론의 자유와 학원의 자주성은 압살당하고 말았다.
현 정권은 이 나라를 여기까지 끌고온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우리의 비원인 민족통일을 향해서 국내외로 민주세력을 키우고 규합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히 전진해야 할 이 마당에, 이 나라는 일인독재 아래 인권은 유린되고 자유는 박탈당하고 있다.
이리하여 이 민족은 목적의식과 방향감각,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잃고 총파국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우리는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여·야의 정치적인 전략이나 이해를 넘어 이 나라의 먼 앞날을 내다보면서 ‘민주구국선언’을 선포하는 바이다.
이 나라는 민주주의 기반 위에 서야 한다. 우리는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긴급조치를 곧 철폐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하다가 투옥된 민주인사들과 학생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한다. 언론·출판·집회 등의 자유를 국민에게 돌리라고 요구한다.
우리는 유신헌법으로 허울만 남은 의회정치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사법권의 독립을 촉구한다. 경제입국의 구상과 자세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민족통일은 오늘 이 겨레가 짊어진 지상의 과업이다.”
1976 3·1 민주구국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