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상품을 매점매석해 가격 상승과 매매 조작을 노리던 상행위의 한 형태, 혹은 그러한 상행위를 하던 상인 또는 상인 조직. 도고(都庫)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본래 공인(貢人)들이 공납품을 미리 사서 쌓아두던 창고로 뒤에는 위와 같은 뜻의 도고(都賈)와 혼동되어 사용되었다. 이 밖에도 도고 상인을 도아(都兒)·외목(外目)장수라고 불렀다. 도고는 18세기 이전부터 나타난 대외 무역의 증대, 금속 화폐의 유통, 상품 경제의 발달 등을 배경으로 발생하였다. 특히, 그 중에서도 서울과 지방의 농·수공업 생산력 증가와 그에 상응하는 활발한 상품 생산은 상업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왔고, 도고도 그와 함께 등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상품화폐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했더라도, 아직 생산력 수준이 본격적인 상품 생산단계에 이르지 못하였다. 또 상품 수송이 매우 불편했으므로 상품 유통과정에서 매점성과 독점성을 본질로 하는 도고는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시전(市廛) 상인·공인들은 국역을 부담하는 대가로 조정으로부터 상업상의 특권, 즉 특정물품의 독점권을 부여받은 상인으로서 상업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들의 독점권도 일종의 합법적인 도고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18세기 이후 상품화폐경제가 더욱 발전하면서 비특권 상인인 사상(私商)들이 자본력과 상술을 밑천으로 도고를 하였다. 도고를 하던 사상에는 부상(富商)이 많았고, 계(契)를 조직한 상인들도 있었다. 또한, 그들은 자유로운 영업 활동을 추구하며 난전(亂廛)을 벌여 특권 상인의 독점권에 대항하고 있던 직접생산자·소상인과 이해가 일치하였다. 그들이 함께 근거하고 있던 기반은 점차 발달하던 상품 경제였으므로, 특권 상인의 횡포를 피해야 했던 것이다.

도고